말썽쟁이 해커에서 창업가로 (파이브락스 노정석 대표)

말썽쟁이 해커에서 창업가로 (파이브락스 노정석 대표)

[노정석 동문: 산업경영학과 학부 94학번]

내가 창업을 한 결정적인 계기는 1996년 4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개원했을 때 해킹사고를 친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퇴학인 상황이었지만 김병천 교수님께서 애를 써주신 덕분에 무기정학으로 학교를 쉬게 되었다. 징계를 받은 상황이라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10년 위의 선배님께서 보안회사를 함께 차리자고 제안을 주셨다.

1997년 첫 벤처인 <인젠>을 운영하면서 사업 기회와 의사결정에 대한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KAIST 출신으로 회사를 함께 이끌어온 분들의 도움이 컸다. 현재는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VR(Virtual Reality), 다른 하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관련된 아이템으로 두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VR의 경우 산업이 초창기라 어느 쪽으로 방향을 정해야 할지 정한 것은 없는 상태다.

김병천 교수님께서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창업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미친 듯이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고 그것이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창업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Context’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서의 달란트처럼 학생들에게 500만 원씩을 주고 자유로운 방법으로 이를 통해 수익을 내서 돈을 불려오게 만드는 것이다. 남들이 그간 옳다고 믿어오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확신을 갖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하나를 꾸준히 하면 ‘운’을 만나게 된다. 남들이 옳다고 믿어오는 것을 듣지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일까’라고 질문할 때 좋은 답들이 나오는 것 같다.

스탠퍼드 대학이 성공적인 창업가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은 창업을 특별하게 잘 가르치는 것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가 Exit에 성공하여 페라리를 끌고 나타날 때 주변에 있는 동기들이 모두 리스크를 최고로 걸어 창업을 시도한다. 티켓몬스터 창업자가 와튼을 졸업하고 1-2년 만에 성공하니 주변의 한인 학생들 모두 창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창업 영역은 플레이어가 똑똑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극강의 엘리트 비즈니스 영역이다. 능력이 조금만 부족해도 바로 실패로 귀결된다. KAIST 학생들 중에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필요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면, 그의 발굴을 도와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정부와 KAIST의 입장에서 창업 생태계를 위해 그릴 수 있는 큰 그림들이 있고, 이러한 관점에서 제가 도울 수 있는 것들을 돕고 싶다.

첨부파일
이전
다음